칠하기/김정희
낡은 쇠창살을 마당 구석에 떼어 놓고
그동안 밷어낸 불만 같은 녹을 긁는다
불만 속에는 만족이 숨죽이고 숨어 있는지
그 창살은 사포를 불어뜯을망정
새파란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는다
한 번 생긴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 아픔 위에 무광 페인트를 세월처럼 칠한다
덧칠할수록 그 슬픔은 자꾸 머리를 들고
붓에서 떨어지는 신나 냄새가 추억처럼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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