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에 기대어/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매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쟁쟁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며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 같이
살아서 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 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 산 그리매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
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내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 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매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 옴을.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로운 식량/박찬 (0) | 2011.08.18 |
---|---|
내 가슴에/정호승 (0) | 2011.08.18 |
고해/김형영 (0) | 2011.08.18 |
빗방울 하나가/강은교 (0) | 2011.08.18 |
가문날/이건청 (0) | 2011.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