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가정/박목월

능선 정동윤 2011. 8. 20. 23:47

가정/박목월

 

 

지상에는

아홉 컬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 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가 다른 아홉 컬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어면

육문 삼의 코가 납짝한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을 짜 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 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 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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