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우이/박수서

능선 정동윤 2011. 8. 22. 11:26

우이/박수서

 

 

학교가 절대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나는 자주 경계 말뚝 너머 조선소나무 아래서

담배를 핀다

그 나무에 묶여 있는 소는

이제 나를 보고 눈알을 굴리지 않는다

귀를 총 세우고 가볍게 나비 날개짓만 한다

소의 귀는 부드러운 솜뭉치처럼

외부의 파장을 먹어 버린다

몇 번 신호가 잡힌 것들에게는 무심하게

받아들이는 귀

나도 이제 놈에게는 경계가 풀린 악당이나

애인처럼

놈의 귀를 보며 눈인사를 하는 내가

풋, 웃기다

 

내 시의 실마리를 훔쳐듣는 소의 귀는

언제부터 되새김질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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