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박수서
학교가 절대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나는 자주 경계 말뚝 너머 조선소나무 아래서
담배를 핀다
그 나무에 묶여 있는 소는
이제 나를 보고 눈알을 굴리지 않는다
귀를 총 세우고 가볍게 나비 날개짓만 한다
소의 귀는 부드러운 솜뭉치처럼
외부의 파장을 먹어 버린다
몇 번 신호가 잡힌 것들에게는 무심하게
받아들이는 귀
나도 이제 놈에게는 경계가 풀린 악당이나
애인처럼
놈의 귀를 보며 눈인사를 하는 내가
풋, 웃기다
내 시의 실마리를 훔쳐듣는 소의 귀는
언제부터 되새김질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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