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햇살이 눈부신 정오에 점심을 먹고 천천히 법원 뒷산을 거쳐 몽마르뜨 공원을 다녀 오기로 했다
법원 구내에서 본 하늘은 한없이 푸르렀다.
주차장이 아니지만 틈만 생기면 차량들이 밀고 들어 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산으로 오를려면 자동차의 빈틈을 통과해야한다
법원의 예식장이 있는 건물의 뒤뜰이다
자동차 틈을 비집고 나오면 불규칙한 나무계단이 나온다.나무계단은 오래되어 떨어져 나갔거나 훼손된 부분이 많다.
길이 더 망가지기 전에 얼른 보완 작업을 서둘렀으면 좋겠다.
나무계단을 지나고 감나무와 귀룽나무를 통과하면 호박돌 계단이 나온다.돌들이 모두 큼직막하게 잘 생겼다.
한 때 어느 강가에서나 깊은 계곡에서 떵떵거리며 지냈을 텐데 이곳에 와서는 그저 평범한 돌계단으로 지내고 있다.
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고향에서 수재로 이름을 날렸던 준재들이지만 서울바닥에선 두각을 나타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이해를 한다
사법고시를 합격한 사람들이 여기는 수두룩 하기 때문이다.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떡갈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고 법원과의 경계 울타리를 따라 조용히 걷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시원한 바람이 속 옷 깊숙히 스며든다.전화도 인터넷도 모두 끄고 자연의 향기에 흠뿍 잠겨 본다.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선택한다.인적이 드문 길이라 일부로 이쪽으로 들어왔지만 오른쪽 숲엔 방목된 토끼들이 있고
왼쪽 숲은 까치들의 일터다. 까치들은 이곳에서 낙엽을 뒤지며 지난해 떨어진 열매들을 찾기에 몹시 바쁘다
어떤 녀석은 너무 더워서 입을 다물지 않고 멍하니 서 있다. 이 여름에 검정 외투를 입고 있으니 얼마나 무더우랴
그래서 땀 흘리는 대신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이다.
한참 걷다 왼쪽으로 틀면 오른쪽엔 잣나무 숲이 나타난다.숲이 너무 조밀하여 아랫 가지엔 햇볕이 닿지 않아 고사된 가지들이 많다.
잣나무 숲의 바닥엔 다른 식물이 잘 자랄 수 없다.피톤치드라는 방어물질을 발산하기 때문에 다른식물들은 견디어 낼 수가 없다.
인간만이 좋다면서 그 숲에 들어가서 나올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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