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토북 519

능선 정동윤 2011. 8. 28. 10:43

겨울엔 꽃샘추위 여름엔 늦더위

계절아, 가려면 빨리 가라 왜 가다 말고 머뭇거리나

불광역에서 북한산성 경유 버스를 탄 남자 셋, 여자 둘

힘든 의상능선 넘자고 고개 끄덕이며 출발

8월 마지막 토요일 오전 10시 가파른 의상봉 초입

바지 걷고 수건 목에 걸고 배낭 고쳐매고 산길 오르니

건너편 원효봉 잠잠하나 그 다음 염초봉 생각하면 아찔

벌써 컨디션 난조로 의상봉 중턱에서 내 몸은 완전 방전

하늘이 빙빙 돌고 드넓은 시야는 맑은 날씨에도 뿌옇게 흐려 보이고

굽이굽이 봉우리 힘들겠구나 이대로 잠 들고 싶구나

땀은 머리 얼굴 가슴 등 가리지 않고 뻘뻘뻘 줄줄줄

체력은 자주 마르고 기운은 증발하며 쉬는 시간이 길어져도

오르는 거리는 짧고, 충전은 느리고 방전은 빠르고...

멀쩡한 친구 천수는 군인처럼 성큼성큼 앞서가고

대수롭지 않은 듯 농담으로 위무하는 또 한 친구 근엽이는 뒤에서 찰칵거리며 오고

걱정이 태산인 아내, 큰 눈 껌벅이며 과일 권하는 윷걸씨 잘도 걷는다

용혈봉 용출봉 넘으니 남은 체력은 고갈되고 정오 지나니 배가 고프고

목도 마르고 밥 먹으며 푹 쉴 요랑으로 쉬었다 가자니 앞서 가는 친구는

저기 나월봉 정상에서 밥을 먹으면 다음 길 수월하다며 바윗길 먼저 올라 가고

재빠른 아내 뒤쫓아 가고 내가 편한 우회로로 들어서니 윷걸씨 뒤따르고

다른 친구도 사진 찍다 나중에 나월봉 올라서니 셋, 나와 윷걸 기다리나 우리 소식 깜깜

전화 안 터지고 연락 안되는 꼭대기의 세 사람은 별의 별 생각

지친 나는 숲길 너무 내려왔나, 위 능선 바라보며 다시 단풍나무 숲 오르다

지치고 지쳐 다시 바위에 걸터 앉아 다리 뻗으니 천천히 쉬었다 올라오라는 말 남기고

윷걸씨 재빠르게 능선으로 뛰어 올라

이리저리 왔다갔다 역시 마라톤으로 지킨 강한 체력으로 모두를 합류 시키니

나한봉 지나고 나월봉 거쳐서 마지막 봉우리 하나 남겨둔 암부에 모두 모였다

그 아래서 배낭 풀어

꿀맛 같은 막걸리 한 잔 먼저 마시고 매운 고추 장아찌 베어물으니

한 친구는 뒤따라 오지 않고 연락도 안된다고 투덜투덜,

한 친구는 사람 보이지 않는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땀 흘리다 다시 나월봉으로

아내는 그저 걱정만 쌓아놓았다고 상황 설명들

몸이 편치 않은 나만 태평이었다며 젓가락질이 바빴다

모두들 밥을 꿀떡꿀떡 삼켰다. 고기 반찬 먹고 길게 담배 한대들 피우니

그저 거쳐 온 산길이 아련하기만 하다. 남은 길 높다 하나 이름 없는 봉우리 하나,

푹 쉬고 등산화 고쳐 신고 오르고 청수동암문 내려 승가봉 다시 올라 사모바위 지나고

승가사 계곡으로 구기동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지났다.

누리장 나무에 눈길 보내고 댕강나무꽃 바라보며 긴 산행 마쳤네.

산행 마치고 장모님 찾아가 저녁 얻어먹고 귀가

 

토북 519, 힘들었지만 즐거웠습니다

.

'걸어가는 길(山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이토와 함께  (0) 2011.09.04
서울대공원 산림욕장 탐방   (0) 2011.08.31
정오의 산책코스  (0) 2011.08.24
팥배나무 아래서의 휴식  (0) 2011.08.22
토북 517  (0) 2011.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