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결혼식이었네 일요일의 결혼식이라 예배당 가는 일 잠시 멈추고 자네 아들의 혼례에 참석했네 단순하지만 뜻깊고 엉뚱한 듯 보였지만 진지했고 궤도 이탈인가 했는데 미소 번지게 하는 정말 유쾌한 결혼식이었네. 한때 바빴던 경조사 시절 이젠 그런 큰 일도 뜸하여 자주 만날 수 없는 보고 싶었던 친구들 소환하여 반갑게 만나게 해 주어 맑은 소주잔 기울일 수 있었네 건성으로 인사하고 총총 떠나야 할 만큼 그리 바쁘지 않은 우리는 넉넉한 시간을 움켜쥐고 세월의 무게도 가볍게 들며 일상의 통증도 '건강' 수다로 마취시켜 버렸지 단풍잎 지는 가을 날 차량을 쫓아가며 흩날리는 낙엽의 안타까움조차 편안하게 보이는 흐린 날의 유쾌한 잔치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