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치매/정동윤 지금 남산은 벚꽃의 절정 인파의 홍수 하얀 터널 아래선 잠시 선글라스를 벗습니다 저 빛나는 봄꽃을 어찌 유리알을 통해 보겠어요 몇 해 전 장모님 돌아가시기 전 치매로 소녀가 되었을 때 만날 때마다 벚꽃 이야기 하고 또 하셨지만 늘 처음인 양 귀 기울였지요 유모차 탄 아이부터 지팡이 짚는 할아버지까지 산책길에 넘치는 사람들 모두 낯선 사람뿐이지만 멀쩡한 사람도 꽃그늘 아래서 그저 웃으며 사진 찍네요 벚꽃 피울 때마다 휴대폰에 담으며 지난해의 그 흥분과 감동 까맣게 잊어버리고 새 벚꽃에 또 열광하는 걸 꽃 치매라 불러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