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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유병록

우리 이번 봄에는 비장해지지 않기로 해요 처음도 아니잖아요 아무 다짐도 하지 말아요 서랍을 열면 거기 얼마나 많은 다짐이 들어 있겠어요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해요 앞날에 대해 침묵해요 작은 약속도 하지 말아요 겨울이 와도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돌아보지 않기로 해요 봄을 반성 하지 않기로 해요 봄이에요 내가 그저 당신을 바라보는 봄 금방 흘러가고 말 봄ㅃ 당신이 그저 나를 바라보는 봄 짧디짧은 봄 우리 그저 바라보기로 해요 그뿐이라면 이번 봄이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박인환 대표시

1956년 시인 이상의 추모의 날부터 과음으로 심장마비, 약물 과다 설도 있음. 죽기 7 일전 은성에서 만나 작시/이진섭 작곡 나애심 노래/테너 임만섭 노래 1.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2.검은 강 신이란 이름으로서 우리는 최종의 노정을 찾아보았다 어느날 역전에서 들려오는 군대의 합창을 귀에 받으며 우리는 죽으러 가는 자와는 반대 방향의..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 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 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하는 하루도 도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 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청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 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