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를 빚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합니까?(2)
“관찰”이란 무엇입니까? 현상이나 역사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는 우리가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보게 될 때 두 가지 시선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지요. 하나는 무심히 즉 그것에 대한 어떤 생각을 지니지 않고, 관심 없이,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 흘려 듣거나 흘려 보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유심히 즉 그런 현상이나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원인을 따져보며 그것의 진행이나 결과 또는 영향 등을 분석해보는 경우입니다. 후자를 다른 표현으로 해보면 “회의적 사고”라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관찰이란 회의적 사고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회의적 사고는 분석에 의한 평가를 하게 되며 그 평가에 의한 결정 또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역사나 현상을 나타난 그대로 보고 지나칠 경우에는 자신의 마음 속에 아무런 감흥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마치 남의 집에 불 난 격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자신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경우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자신과 어떤 연관이 없게 되면 남의 나라 전쟁에 불과한 사건(역사)이지요. 그러나 당장 고유가에 시달리게 되면 그 전쟁에 관하여 추이를 지켜보게 되는 것입니다. 먼 나라의 전쟁이 자신의 주머니 사정을 좌지우지 한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도록 변하는 것입니다.
시는 거의가 이 회의적 사고를 통하여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물론 사실적 표현도 많이 사용합니다. 여기서 사실적 표현이라는 말은 객관적 표현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여 보여지는 그대로 간단명료하게 객관적 표현(물리적 표현)으로 글을 쓰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적 표현에 만족한다면 구태여 회의적 사고를 해야 할 이유가 없게 됩니다.
시의 아름다움은 시어의 사용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시어의 선택은 시인의 평생 과제이며 그것을 찾기 위하여 잠을 설치기도 하고 먼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가 하면 사람들로 북적대는 시장을 찾기도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시어를 찾기 위하여 반드시 해야 할 작업이 곧 회의적 사고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회의적 사고를 통해야만 사유적 표현(사실적 표현에 대한 반대개념)이 나오는 것이며 그렇게 할 때라야 객관적 표현(물리적 표현)의 영역을 넘어 주관적 표현(해석적 표현)의 단계에 이를 수 있게 됩니다. 즉 자신의 생각이 개입된 언어를 선택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때 주관적 표현 즉 자신의 해석에 의하여 빚어지는 언어를 선택할 수 있을까요? 해석적 표현은 본인의 삶 전체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재차 말해보면 지식, 철학, 종교, 인생관, 세계관, 가족관계, 성장 배경 등등 어느 한 가지를 뺄 수 없는 자신의 삶이 총체적이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서 “경험적 정의”를 내리는 것이며 이 정의를 바탕으로 해서 “관찰”된 “주관적 표현(해석적 표현)”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경험적 정의 이후의 “관찰”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랄 수 있으며, 관찰 없이는 해석이 따라올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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