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죽북/손택수
소는 죽어서도 매를 맞는다
살아서 맞던 채찍대신 북채로 맞는다
살가죽만 남아 북이 된 소의
울음 소리,맞으면 맞을수록 신명이 더한다
노름꾼 아버지의 발길질 아래
피할 생각도 없이 주저앉아 울던
어머니가 그랬다
병든 사내를 버리지 못하고
버드나무처럼 쥐여뜯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흐느끼던 울음에도
저런 청승맞은 가락이 실려 있었다
채식주의자의 질기디질긴 습성대로
죽어서도 여물여물
살가죽에 와 닿은 아픔을 되새기며
둥둥둥둥 지친 북채를 끌어당긴다
끌어 당겨 연신 제 몸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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