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시월을 보내며

능선 정동윤 2013. 12. 27. 21:30

시월을 보내며/정동윤


유리창 위쪽으로 바람에 일렁이는
플루타너스 나뭇잎에 늦가을이 무겁다. 
뿌리에서 멀수록 갈증이 심하고 
멀쩡한 녹색마저 바람 없어도 자주 떤다 
창문 아래 빈틈없는 유화 속으로
차량들 회색 물감 뿌리며 달리고
밤낮 시간을 다투는 생업으로
무채색 계열의 색갈만 늘어난다
달래도 그치지 않는 아이의 울음처럼
이파리에 매달린 목 마른 가을은
지구와 달의 닿지 않는 간격 
그 안타까운 거리만큼 버겁고 힘들다
밤이 이슥하고 차가 줄어들자
홀쭉해진 위장의 불만 정수리로 뻗친다
약속하지 않는 사람 기다리는 일
지구의 자전따라 끝없이 반복된다. 
매주 산으로 빠져나가 일상을 위로하니
친구는 목관을 준비하라고 우스개한다.
바위를 더듬고 자일을 감고 있는 위로에는
늘 추락을 상상하는 걱정들이 꽂혀있다.
별들이 흐르는 시각
염천교 다리 위에서 녹색 신호를 기다리며
슬픈 시인의 시를 읊조린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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