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회
산능선
황사 바람 부는 날
즐겨 다니는 길에서 벗어나
왠지 낯설은,
무척 바빠 보이는 다른 사람의 길로
걸어 보았다.
햇살이 넉넉한
매끈하게 잘 정비된 길에서
산길에 길들여진 습관이
한참이나 허둥거리다
겨우 빠져 나왔지만,
내 연륜이
찻잔 속 파문처럼
가볍게 흔들려 후회하였다.
돌연 삐져나온 거지 근성과
부질없는 욕심으로.
주름 풀린 바지에 묻은
야생초의 흔적
미처 털어내지 못한 채
갈 길 아닌 곳에서
비굴한 웃음까지 흘렸으니.
이런 날
마음 통하는 친구
술 한 잔 하자고 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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