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그 여름의 끝/이성복

능선 정동윤 2011. 8. 31. 08:15

그 여름의 끝/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절망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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