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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걷기

동지 걷기/정동윤 맹추위와 더불어 눈 쌓인 동지 걷기는 내년의 풍년을 예감하듯 영하 7도의 차가운 바람을 방한용 다운재킷으로 맞서고 백 년 남대문 교회당에서 출발의 기도 올린 후 서울로 7017로 내려서니 콘크리트 회색 정원은 겨울 나무처럼 썰렁하였소 중림동 약현 성당 언덕에도 순교지 서소문역사공원에도 어제 내린 하얀 눈이 동짓날 친구의 마음처럼 꾸밈없이 넉넉하게 덮였다오 수렛골, 배재학당, 정동제일교회 정동극장, 덕수궁 중명전 지나 국토발전 전시관 내의 찻집 '정동, 그집' 에서 두꺼운 외투 벗고 차 한 잔 나누는 동지의 여유 한성교회, 돈의문 터 지나 600 년 한양도성 길 송월동, 사직단 그리고 필운대 필운대 배화학교는 지금 수업 중 방문 거절을 정중히 받아들이며 세종 거리 돌솥 추어탕으로 멋쩍은 ..

추워도 걸었죠

추워도 걸었죠/정동윤 몹시 추운 날 창자처럼 긴 골목 끝의 살점 넉넉한 생선구이 집에서 막걸리로 언 몸을 녹이고 인근 쌍화차 집에서 꽤 묵은 회포도 풀어냈죠 청계천 걸으며 얼음보다 차가운 물이 영하의 냉기로 우릴 감싸도 발걸음은 쉬지 않고 덕수궁 휘감고 돌아 한적한 카페에서 멈췄지요 오래 걸었으면 좋겠어요 세월과 다투지도 말고 풍경에 말을 걸며 서로 위로하고 다독거리며 햇살 따뜻하게 품듯 같은 방향으로 걷고싶네요 (종로5가 광장시장, 신진시장.골목, 생선구이집 전주식당, 한의원 쌍화탕, 청계천, 환구단, 시의회 회관, 성공회 성당, 정릉 영국대사관, 덕수궁 돌담길, 구세군혜마루, 구러시아 공사관, 고종의 길, 캐나다 대사관 회화나무, 성프란치스코수도원, 돈의문 터,대만 교회, 이화학당 정문, 정동극장 이..

눈 내린 고궁

눈 내린 고궁/정동윤 눈이 오는 날은 태백산보다 고궁으로, 창경궁으로 가자 금천교 지나 명정문 사각사각 들어가 보면 문무 품계석이 꼿꼿이 서 있고 명정전 하얀 기와 지봉 잡상과 화려한 단청 투명 고드름의 조화 넓은 조정은 왕의 걸음으로 줄 이은 행랑은 무수리의 눈으로 바라보자 눈 덮인 춘당지 여백이 주는 하얀 여유는 선물로 받아 오고 눈 오는 날의 고궁엔 내 생애 아름다운 날의 하루가 눈 속에 숨겨져 있다.